우롱차, 당신을 응원한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대상의 가치를 내면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 했다. 인물과 사물은 물론, 어떤 대상이든 고유한 이름은 가지고 있다. 비록 그 대상이 한없이 하찮을 지라도,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버려진 존재 일지라도 이름 하나만큼은 탄생과 더불어 영원히 지닌다(세상 만물 중 이름 없는 게 있는지? 이름을 기억해내는 것보다 이름 없는 존재를 떠올리는 게 더 힘들다). 문화, 국적에 따라 발음되는 소리가 다르고 대상에 이입되는 감정이 다를 뿐(우리와 서구의 삼겹살에 대한 온도 차이만큼) 이름 붙은 만물은 우위, 차별 없이 현실에 소속된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우롱차를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의 측은한 마음이 든다. 불쌍한 마음에 주머니를 뒤져 한 푼이라도 쥐어주고 싶은 정도는 결코 아니지만, 이름으로 박해받아 시무룩해 있는 '우롱차'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눈 정도는 맞춰보고 싶은 정도. 

내면의 잔잔한 평화에 기여하고 감정의 고요를 이받이 하는 음료의 이름이 '우롱'이라니. 예를 들자면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퇴근길, 오늘같이 선배의 '태움'이 펄펄 끓던 솥 같은 날(솥 같은 입니다. 솥) 내 몸은 삶아진 여물처럼 푸르죽죽 해졌다. 마음이 마른빨래처럼 뻣뻣해서 차 한잔으로 위로하고 싶어 열었던 찬장. 

그 안 유일한 '우롱차'. 지난주 장을 보던 날 혼이라도 내빼버린 걸까, 차 주제에 '우롱'이라니. 장바구니를 울러 매던 그 날의 선택에 저주라도 퍼붓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물을 끓여 차를 우린다. 찻잔 가득 오후의 '태움'이 너울댄다. 촉촉하고 싶었던 마음이 '우롱 우롱' 거린다. 

"내일 내 반드시 저 빌어먹을 '우롱차'를 내다버리고 다른 걸 들이겠다."



  조금 알아보니 중국 한 지역에서 유래했고, 본래 이름은 오룡차 烏龍茶라. 색이 검어 흑 黑 자를 붙여 헤이룽 차라고 부르다. 흑 黑이 어감, 의미 모두 좋지 않아 역시 검다는 의미의 오 烏 (오골계를 생각하시면 된다.)를 붙였다고 한다. 차 이름에 용이 붙은 건 전설에 용이 나타나 차밭을 지켰다고 한다. 차 밭을 수호하는 용이라. 실로 과거의 용은 오지랖이 상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 산, 개천, 민가 게다가 차 밭이라니. 이즘 되면 옛 변소나 돌담길을 수호하는 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바쁘건 딱 질색이고,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으니 나는 뒷간이나 돌담 정도면 되겠어" 하는 취향의 용이 있었을지도.


  컵에 차를 우려 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성가신 일들(샤워 후 수건이 없는 아내라든지, 신문 구독 권유라든지)로 깜박하는 경우가 있다. 브랙퍼스트 Breakfast 같은 경우는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조금만 오래 우려도 아주 '떫은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향에 속아 한입 머금게 되면 떫은맛에 입꼬리를 내리고 "느에" 하며 혀를 내밀게 된다.


그에 반해 우롱차는 성미가 유순하다고 볼 수 있다. 몇 분을 우려내든, 깜박 성가신 일들로 한참이나(방금 감은 아내의 물미역 같은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줄 정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더라도 떫은 표정 아니 떫은맛 하나 없다. 공사다망한 현대인에게 이만한 차가 없다.


지금 '아이스 우롱' 한 잔 어떠신지.


사소하며 시시콜콜한 일들에 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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