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글, 문장 8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휴대폰을 새로 구입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당신은 수많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휴대폰이 최신형일수록 내려야 하는 선택도 많아진다. 액정의 배경화면, 벨소리, 음성 메시지가 수신될 때 울리는 벨소리 횟수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제조업체에서는 그러한 각 선택 항목들에 대하여 디..

책, 글, 문장 2018.03.27

무라카미 하루키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무라카미 하루키 -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사과의 마음 나는 대체로 냄새를 맡아보고 신맛이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홍옥을 잘 먹고, 보스턴에 살 때는 매킨토시만 먹었다. 매킨토시는 가장 싼 품종의 하나로 슈퍼에 가면 큰 비닐봉지에 담은 것을 고작 몇 달러에 살 수 있다. 그걸 사서 질리지도 않고 매일 먹었다. 껍질을 깎아 셀러리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그래서 보스턴 시절을 생각하면 조그맣고 짙은 주홍색의 매킨토시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줄곧 매킨토시 컴퓨터를 애용하고 있다. 매킨토시 사과는 Mcintosh, 컴퓨터 ‘애플’은 Macintosh. 상표권 관계로 조금 철자가 다른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서 사과를 하나 들고 서재로 간다. 사과 마크의 ‘애플..

책, 글, 문장 2018.03.19

이석원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서점 평생을 드나들었어도 나를 알아보는 이 하나 없고 나 또한 얼굴을 익히고 있는 사람 하나 없는 곳. 그래서 내가 누구든 상관없이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곳. 만원 안짝이면 원하는 것을 하나쯤 손에 넣을 수 있고 누구도 다급하게 이 책 좀 사라고 소매를 잡아 끌거나 막판 떨이 70% 세일이라며 확성기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지 않아 좋은 곳. 무슨 일이 그리 급한지 앞사람을 밀치며 지나가거나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사람은 아주 가끔만 있는 곳. 나는 오늘도 서점엘 간다. 일이 있어도 가고 없어도 간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도 가고 책을 사기 위해서도 가고 그냥 야채김밥이 먹고 싶어서도 간다.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

책, 글, 문장 2018.03.14

김어준 - 나는 그를 남자로 좋아했다

김어준 - 나는 그를 남자로 좋아했다 1. 그날은 재수학원 대신 당구장에서 종일을 보내던 중이었다. 청문회가 한창이었지만 그 시절 그 신세의 그 또래에게, 5공의 의미는 쿠션 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건 순전히 우연이라 하는 게 옳겠다. 수구 앞에 섰더니 하필이면 티브이와 정면이었으니까. 사연은 그게 전부였으니까. 웬 새마을운동 읍네 지부장 같이 생긴 이가 눈에 들어 왔다. 그가 누군지 알 리 없어 무심하게 시선을 되돌리는 찰나, 익숙한 얼굴이 스쳤다. 다시 등을 폈다. 어, 정주영이네. 거물이다. 호, 재밌겠다. 타임을 외치고 티브이로 달렸다. 일해 성금의 강제성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안 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줬다 답함으로써 스스로를 군사정권의 일방적 피해자로 둔갑시키며 모두에게 공손히 ..

책, 글, 문장 2018.03.14

유시민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 나의 한국현대사 모든 권력은 집중과 확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감시와 견제가 느슨해지면 누구나 권력을 오남용하려는 유혹이 빠진다. 이럴 때 시민들이 참여하고 비판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제도는 껍데기로 전락하고 만다. 유신헌법의 핵심은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국민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뽑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대통령을 뽑는다. 둘째, 국회의원을 한 선거구에서 둘씩 뽑도록 선거법을 고쳤다. 여당의원과 대통령이 임명한 유신정우회 국회의원을 합치면 의원 정수의 3분의 2가 되게 만든 것이다. 셋째,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과 헌법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부여했다. 대통령이 무제한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책, 글, 문장 2018.03.10

강원국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 대통령의 글쓰기 노무현 대통령이 간혹 썼던 방식이다. 2003년 10월 서울 YMCA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서두 연설이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YMCA 회원입니다. 그리고 목사님, 기독교인과 함께 기도할 때에는 항상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8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는 명언을 남겼다. 노 대통령 역시 2003년 4월 국회 국정연설에서 “시장 개혁만으로 시장은 개혁되지 않는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일상생활 속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시장이 달라지는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문화가 먼저 정착..

책, 글, 문장 2018.03.08

칼 세이건 -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 창백한 푸른 점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책, 글, 문장 2018.03.08

불안, 알랭 드 보통 - 속물 근성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주의 체제 내에는 본래부터 착취의 역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고용주는 노동자의 생산물을 팔아 얻는 돈보다 싼 값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며, 그 차익을 "이윤"으로 자기 호주머니에 챙기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언론에서는 이런 이윤을 고용주의 "모험"과 "경영"에 대한 보답이라고 찬양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런 말이 도둑질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책, 글, 문장 201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