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2

오늘 출근해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오늘 출근해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다 말리지 못한 축축한 머리를 하고 급히 시리얼을 말아먹으며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15분 뒤면 도착하는 서면행 버스를 놓치면 꼬박 30분을 돌아가야 되거든요. 헐레벌떡 집을 나서 정류장으로 뛰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지만 출근을 못 할 이유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화요일 아침.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을 해야 되는 이유는 뭘까?' 쉽죠? 간단합니다. 출근을 해야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아야 누울 집과 먹을 밥이 보장되니까요.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건 유쾌하지 않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훌륭한 복지와 처우를 보장하는 곳으로 출근한다고 해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고 매일이 유쾌할 순 없겠죠. 유쾌하진 않지만 가야만 하는 곳, 내키진 않지..

퇴사, 조직의 요람 밖으로

퇴사, 조직의 요람 밖으로 쪽빛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었다. 회사 건물 모퉁이를 크게 돌아 화살촉 같은 그늘이 검게 진 곳에 똑바로 섰다. 검은 땅 한켠에 툭툭 거릴 돌멩이 하나 없었다. 숨을 크게 마셨다가 수를 세며 내쉬기를 반복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시 감았다. 고요한 정신과 달리 심장은 날래게 발딱거렸다.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은 나를 지나 잡목 속으로 날아갔다. "퇴사..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추슬러 건물 2층에 올라 부장님 방을 찾았다. 며칠이나 이어진 비로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를 좌우로 가르며 문 앞에 선채 노크를 했다. "똑똑" 노트 하나 들지 않은 채 이 문에 선 적이 있었던가. 무장 하나 없이 들판을 마주한 것 같았다. 저 수풀 어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