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운동화만 한 커다란 망고를 하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분명 그린 망고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던데 시큼하기만 했다. 이렇게 신맛이 날 거면 레몬을 살걸 그랬어. 신맛이 나는 무우. 덜 익은 파파야로 쏨땀을 만드는 태국, 덜 익은 그린 망고로 깍두기를 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망고를 씹었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어제의 산책로를 다시 답습했다. 오늘도 아내의 새벽잠은 난쟁이 눈물만큼 자잘해서 비몽사몽 외투만 걸치고 길을 나섰다. 호스텔의 계단을 내려가며 눈곱을 띄고 목을 좌우로 꺾어 스트레칭을 한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가게가 정말이나 많지만 다들 같은 메뉴인 면요리뿐이라 마음이 헛헛해왔다.
호스텔 사장님의 추천 드라이브 코스는 흠잡을 데 없어서, 이렇게 길이 난 아무 곳이나 스쿠터를 몰다 멈추면 이런 병풍 같은 봉오리가 사방을 가득 메운다. 낮은 높이에 산은 아니고, 경사가 가팔라 오를 수는 없지만. 가끔 좁고 높은 봉오리를 만나면 두 팔 벌려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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