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7530원을 보고 갑록을박이 한창이다. 당장 혜택을 받는 쪽과 피해를 입는 쪽이 분명하다 보니 한두마디만 나눠보면 확실하게 피아 구분이 된다. 


 절대적 갑의 위치에서 신명나게 대학원생을 조련하는 교수들이 있다. 주말에는 멀리 친척댁에 다녀왔다며 일찍이 실험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실험실 구석에 있는 청소기와 3미터 릴선을 챙겨 건물 1층 후문으로 향한다.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내용데로 먼길을 달려와서 인지 바퀴 주변으로 흙물이 튀겨 말라 붙어있다. 그와 대비되게 운전석에서 내리는 교수의 구두가 유난히 반짝인다. 몰래 차만 그 흙 길을 다녀온 것일까. 운전자 없이 흙 길을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린다. 황야의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마 같으니. 교수는 말 없이 3층의 방으로 향한다. 


 건물 계단 구석퉁이에 있는 콘센트는 도대체 누가 쓰는걸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게 내가 되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계단의 어떤 콘센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교내 시설부 직원들은 이 사실을 알까.


한해 농사를 좌우짓는 모내기가 한창일 때 즈음, 지식의 상아탑 대학원생들은 같은 심정으로 국책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업용 보고서를 숱하게 나눠읽고 고쳐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인건비 책정표에도 눈이 가게 된다. 결과는 작년과 같다. 최저시급 인상의 바람은 이 그늘진 상아탑에 미치지 못하는 걸까. 무릇 오전의 말려 돌아가지 않던 릴선의 기억이 진흙의 돌덩이 처럼 기억속에 턱턱 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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