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해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다 말리지 못한 축축한 머리를 하고 급히 시리얼을 말아먹으며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15분 뒤면 도착하는 서면행 버스를 놓치면 꼬박 30분을 돌아가야 되거든요. 헐레벌떡 집을 나서 정류장으로 뛰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지만 출근을 못 할 이유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화요일 아침.

    

    덜컹거리는 버스에 앉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을 해야 되는 이유는 뭘까?' 

쉽죠? 간단합니다. 출근을 해야 월급을 받고 월급을 받아야 누울 집과 먹을 밥이 보장되니까요.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건 유쾌하지 않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훌륭한 복지와 처우를 보장하는 곳으로 출근한다고 해서 하루하루가 신명 나고 매일이 유쾌할 순 없겠죠.


    유쾌하진 않지만 가야만 하는 곳, 내키진 않지만 힘껏 성실해야 하는 곳. 회사는 어떤 곳일까요?

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두고 다투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누군가는 좌절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합니다. 승리의 이익은 공정하게 배분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패배의 이유는 철저히 개인에게 묻는 곳.

개인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은 눈물겹지만 회사가 비즈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은 처절합니다.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조직일수록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은 비장하고 냉정하죠.     때로 조직은 개인에게 엄격하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익을 좇는 집단인 회사가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에는 비장함이 흐르죠. 출근 도장을 찍으며 되뇌는 끝없는 자기암시는 평범한 개인이었던 우리가 성실한 조직원이 되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작지만 성가신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이른 아침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야 하고 아직 데워지지 않은 차가운 물로 얼굴을 비벼 잠을 깨야합니다. 없는 입맛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끄집어내어 모래알 같은 끼니도 씹어 삼켜야 하죠. 엄숙한 분위기 회의시간에 울려 퍼지는 꼬르륵 소리만큼 곤란한 일도 없으니까요. 출근길 사람으로 가득한 만원 버스에 올라타 겨우 문이 닫히는 입구에 서서 사람들 틈으로 손을 쭉 내밀어 교통카드를 찍을 때면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출근은 해야 합니다. 밤에는 누워 잠을 자야만 하고 하루하루를 이겨내 얻는 월급으로 사람 구실은 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하루를 살아가는 24시간 동안 우리는 적어도 8시간을 일 합니다. 장소는 직장 일수도 있고 직장이 아닐 수도 있겠죠. 장소가 어디든 내 시간과 노력으로 애를 쓰는 모든 활동은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근을 위해 통근버스에 오르고, 팀원들과 차를 마시며 미팅을 하고, 밭을 일구고 물건을 나르며 심지어 집중이 되지 않는 산만함을 다잡으려 책상의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것도 일과 노동으로 볼 수 있죠.

이처럼 일은 내가 만들어낸 가치뿐만 아니라 그것을 창출해내기 위해 쌓아가는 노력들도 포함됩니다. 비록 나의 가치는 내가 창출해낸 결과물로만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말이죠.

보통 세븐일레븐 기준으로 7시에 일어나 11시에 잠이 드니 적어도 하루에 16시간은 깨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16시간이라는 시간 중 일과 노동이 아닌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요? 

다시 아침으로 돌아가 출근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의 시간, 퇴근 후 동기들과 맥주 한잔의 유혹을 모두 뿌리친 후 집에 도착하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합해 법정근로기준시간 8시간에 더합니다. 이미 16시간 중 대부분이 일과 노동을 위한 준비와 마무리 시간으로 쓰이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의자에 앉아 수고한 스스로에게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선물하며 오늘 하루를 이리저리 되돌아보아도 회사에서 보냈던 시간이 아닌 다른 일들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실제로 하루를 보내는 시간 중 일과 노동에 관련된 시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 그리고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는 확실한 명제.

내가 가진 능력과 시간을 팔아 밥을 얻는 자본주의라지만 그럼에도 일이 아닌 내 이야기로 하루를 채워야 하는 건 아닐까요?


시간과 노동, 부와 자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시간이 일이 아닌 스스로의 이야기로 가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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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조직의 요람 밖으로


  쪽빛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었다. 회사 건물 모퉁이를 크게 돌아 화살촉 같은 그늘이 검게 진 곳에 똑바로 섰다. 검은 땅 한켠에 툭툭 거릴 돌멩이 하나 없었다. 숨을 크게 마셨다가 수를 세며 내쉬기를 반복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시 감았다. 고요한 정신과 달리 심장은 날래게 발딱거렸다. 먼 곳에서 불어온 바람은 나를 지나 잡목 속으로 날아갔다.


       

"퇴사..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추슬러 건물 2층에 올라 부장님 방을 찾았다. 며칠이나 이어진 비로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눅눅한 공기를 좌우로 가르며 문 앞에 선채 노크를 했다. 


"똑똑"


  노트 하나 들지 않은 채 이 문에 선 적이 있었던가. 무장 하나 없이 들판을 마주한 것 같았다. 저 수풀 어딘가 분명 선연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으리라.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나 홀로. 

허전한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달음질치는 심장과 달리 손은 푸석했다. 마른침을 삼키며 방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가타부타 말없이 자리에 앉는 나를 부장님은 보지 못했다. 비스듬히 대각으로 세워둔 모니터 너머로 반쪽뿐인 부장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앉은 채로 입술을 씹으며 숨을 골랐다.


키보드를 두들기던 타닥거림이 멈추고 부장님의 시선은 나로 향했다. 씹던 입술을 놓고 고이지도 않은 침을 모아 삼켰다.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가다듬지 못한 목에서 새된 소리가 났다. 채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 감정의 바다는 일찍이 높게 너울졌다. 무성히 되뇠던 머릿속과 달리 눈치 없는 울대는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어금니를 힘줘 물고 말을 이었다.


"퇴사.. 하려고 합니다." 


  뱉은 말이 공간을 날아 부장님 귀에 닿기도 전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왈칵 쏟은 눈물이 끝도 없이 줄줄 샜다. 곤두박질 치는 감정을 부여잡고 오줌싸개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나라를 잃지도 님은 보낸 것도 아닌데 속수무책이었다. 소매로 훔친 눈가가 벌겋게 익었다. 

눈물이며 콧물이며 한참을 질질 흘리고 나서야 벙찐 부장님의 표정이 일렁이며 눈에 들어왔다.  


  쪽빛 세상 어디에도 없던 구름이 산 능선을 넘어와 하늘에 길게 걸렸다. 붉게 저문 해가 마침내 땅거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림자 하나 없는 배경에 곧게 선채 회색 건물을 등지고 걸었다. 쏟은 눈물을 말 대신 건물 가득 묻은 거 같았다. 희끄무레 해진 건물이 노을 빛을 받아 붉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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