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운동화만 한 커다란 망고를 하나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분명 그린 망고만의 독특한 맛이 있다던데 시큼하기만 했다. 이렇게 신맛이 날 거면 레몬을 살걸 그랬어. 신맛이 나는 무우. 덜 익은 파파야로 쏨땀을 만드는 태국, 덜 익은 그린 망고로 깍두기를 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망고를 씹었다.


굽은 길을 천천히 달리다 문득 꽃내음이 물씬 풍겼다. 달리던 스쿠터를 멈춰 세우기도 전 아내의 눈빛이 반짝였다. 스토리는 사람의 이성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풍경 좋은 길, 공기 좋은 산골, 가득한 꽃내음, 분주한 벌들. 아내에게 꿀을 사기에 이보다 더한 장소는 없는 듯해 보였다. 


꿀이라는 게 참으로 신기해서 아무리 작은 사이즈를 골라도 끝을 본적은 거의 없다. '목이 칼칼할 때 꿀차도 타 마시고, 설탕 범벅 잼 ㄴㄴ 이제 건강하게 빵은 꿀 발라 먹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스벅 사이즈 업 하듯 Tall에서 Grande 사이즈로 풍족하게 구매하지만 항상 남아 처치곤란.  

"아, 산지도 얼마 안됐는데 벌써 꿀이 바닥이 났네;;ㄷㄷㄷ" 이런 경우는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아내 또한 같은 경험을 한 터라 이따금 이런 과거를 일깨워 줘도 정말이지 기발한 이유를 쏟아내며 자신의 구매 결정을 정당화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일전에 샀던 대용량 꿀은 생각보다 단맛이 강하고 향이 적었던 것이 분명 설탕물을 섞었을 거다, 그렇지만 이렇게 벌들이 촌락을 형성해 품앗이 하든 한 꿀, 두 꿀 모은 것들은 분명 우리의 몸과 정신에도 이롭다고". 이렇게 실랑이하다 기분이 상한 벌이 너를 크게 한방 쏘더라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어릴 때 집에 있던 꿀들의 상표가 왜 그렇게 빛이 바랬는지, 가끔 그런 꿀통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던 아버지의 심정을 아들은 서른이 되어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어제의 산책로를 다시 답습했다. 오늘도 아내의 새벽잠은 난쟁이 눈물만큼 자잘해서 비몽사몽 외투만 걸치고 길을 나섰다. 호스텔의 계단을 내려가며 눈곱을 띄고 목을 좌우로 꺾어 스트레칭을 한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가게가 정말이나 많지만 다들 같은 메뉴인 면요리뿐이라 마음이 헛헛해왔다.





호스텔 사장님의 추천 드라이브 코스는 흠잡을 데 없어서, 이렇게 길이 난 아무 곳이나 스쿠터를 몰다 멈추면 이런 병풍 같은 봉오리가 사방을 가득 메운다. 낮은 높이에 산은 아니고, 경사가 가팔라 오를 수는 없지만. 가끔 좁고 높은 봉오리를 만나면 두 팔 벌려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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